‘기적의 명승부’…한국, 승부차기 끝에 세네갈 꺾고 36년만에 4강

8일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월드컵 8강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승부차기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2019.6.9 연합뉴스

 

이강인 1골2도움…‘어게인 1983 완성’ 
11일 에콰도르와 4강 격돌

지난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박종환 감독과 ‘원조 붉은악마’들이 일궈낸 4강 신화가 36년의 시간이 흐른 2019년 재현됐다. 힘과 높이, 스피드에서 모두 앞선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을 상대로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친 끝에 준결승에 진출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8일 오후 폴란드의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3-3으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3-2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에이스 이강인이 1골2도움으로 맹활약한 것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수훈갑이었다.

체격 조건이 워낙 좋은 세네갈을 맞아 정정용 감독은 ‘부분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골키퍼 이광연을 비롯해 스리백(이재익-김현우-이지솔)과 좌우 윙백(최준-황태현)은 앞선 경기들과 동일했으나 중원과 공격진에 변화를 가했다.

한일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193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여전히 선봉장이었고 2선에서 에이스 이강인이 지원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전세진이 이강인 반대편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세진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원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계속해서 선발로 나섰던 김정민을 대신해 박태준이 중앙미드필더로 출격, 정호진과 함께 중심을 잡았다. 힘과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세네갈과 맞서기 위해 체력을 비축한 선수들을 먼저 내세운 선택이었다.

정 감독이 “8강에 오른 팀들 중 가장 좋은 팀”이라 평가한 세네갈은 확실히 단단했다. 경기 시작 5분 정도가 지난 뒤부터 세네갈이 경기를 지배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우위를 보이는 피지컬과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앞세운 세네갈의 공격은 거의 모든 전개에서 한국 수비에 부담을 줬다.

한국은 무리한 전진을 자제하고 일단 막는 것에 치중하다 역습을 도모했으나 공격이 여의치는 않았다. 참가 24개 국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무실점(5골)으로 마쳤고 16강 나이지리아전에서만 1실점(2-1승) 했던 세네갈은 수비도 단단했다.

자주 공격하는 것에 비해 세네갈의 정교함은 다소 떨어졌다. 다소 어이없는 실수들도 있었다. 덕분에 전반 중반 이후까지 나름 균형이 이어졌다. 어차피 전반에 한국이 승부를 걸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네갈의 최대 강점인 힘과 높이를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

전반 37분 세네갈의 선제골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문전에서의 헤딩 패스를 거친 뒤 뒤로 떨어졌고 이를 카벵 디아뉴가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세네갈의 코너킥 상황이 3차례 이어졌을 정도로 깔끔한 처리에 애를 먹던 와중에 나온 실점이었으니 결국 ‘높이’를 막지 못한 결과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7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전세진을 불러들이고 조영욱을 투입해 공격 쪽에 변화를 꾀했다. 동시에 이전까지보다는 공격을 시도하는 빈도가 늘어갔다. 어차피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이기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 흐름 속에서 동점골이 나와 더 고무적이었다.

수비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이지솔을 강하게 밀었던 것이 VAR 판독을 통해 확인됐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를 이강인이 정확한 왼발 킥으로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후반 17분. 아주 좋은 시점에서 나온 동점골이었다.

흐름이 바뀌었다. 동점골과 함께 한국의 공격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자신감이 느껴졌고 반대로 세네갈 선수들의 동요도 보였다. 아직 어린 선수들의 경기라 기세가 미치는 영향이 컸다. 하지만 VAR 때문에 웃었던 한국이 VAR 때문에 다시 울었다.

이재익이 박스 안에서 수비하던 과정 중 손을 쓴 것이 비디오판독을 통해 확인됐다. 니안의 첫 번째 킥은 이광연 골키퍼가 막아냈다. 이대로 정리됐다면 한국 쪽에 더 좋았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킥 전에 골키퍼가 먼저 움직였다는 판정과 함께 PK가 다시 선언됐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니안이 성공시키며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후반 30분, 시간도 좋지 않았다.

이후 한국은 발 빠른 엄원상과 킥이 좋은 김정민을 투입하는 등 모든 초점을 공격 쪽에 맞췄다. 막바지에 운이 한국 쪽에 기우는 듯한 장면들도 이어졌다. 후반 40분 세네갈이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으나 VAR 판독에 따라 무효 처리됐고 후반 43분 득점도 오프사이드 선언되는 등 여전히 동점 여지가 이어졌다.

VAR 판독이 많아 추가시간이 무려 8분이나 주어졌기에 승부는 쉽사리 예단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8분이 모두 마무리될 시점, 거짓말 같은 동점골이 나왔다. 이강인의 왼발 코너킥을 이지솔이 달려들면서 머리로 방향을 바꿔 기어이 승부를 연장시켰다. 이 자체만으로도 드라마였으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 연장 전반 5분 만에 역전골이 터졌다. 이강인이 후방에서 찔러준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조영욱이 쇄도하면서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3-2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거의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된 상황에서 연장 후반전은 한국이 많이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은 높은 집중력으로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이대로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려던 차였다. 하지만 너무도 잔인한 경기였다.

심판이 종료 휘슬을 입에 물던 연장 후반 15분 아마두 시스가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극장골을 뒤엎는 극장골과 함께 역사의 남을 경기는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승리의 여신의 마지막 선택은 대한민국이었다.

한국의 첫 번째 키커 김정민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방향은 좋았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반대로 세네갈은 1번 키커 당파가 성공시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의 2번 조영욱의 킥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그러나 세네갈의 2버 키커도 크로스바 너머로 실축하면서 아직 희망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3번 엄원상의 킥이 골키퍼 손을 맞고 들어가면서 행운이 오는가 싶었으나 세네갈의 3번 시스의 슈팅도 이광연 골키퍼 손 맞고 들어갔다.

승부차기까지도 쉽게 추가 기울지 않았다. 한국의 4번 최준이 골을 성공시킨 뒤 이광연 골키퍼가 세네갈의 4번 은디아예의 슈팅을 기어이 막아내면서 2-2 같은 조건을 만들어냈다. 끝까지, 끝까지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5번 오세훈의 첫 슈팅은 막혔다. 그러나 세네갈 골키퍼의 파울이 선언되면서 다시 기회가 주어졌고 두 번째 슈팅은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세네갈 마지막 키커의 슈팅이 허공을 가르면서 기적과 같은 승부는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12일 오전 3시 30분 루블린에서 미국을 2-1로 꺾은 에콰도르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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