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에 동봉했던 그리움… 이제, 안녕
‘철거’ 딱지 붙은 우체통, 철거를 기다리며

 

빨간색 우체통 우편물 투입구에는 편지 부치기가 꺼려질 정도로 먼지가 잔뜩 쌓여 있다. ‘해당 우체통 투입우편물의 지속적 감소로 인해 아래와 같이 우체통을 철거하고자 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낡은 우체통의 운명을 말해주고 있다. 수십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던 우체통은 5월 중순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철거됐다.

서울 서대문우체국 윤종화 집배원이 우편물을 수거하기 위해 서대문구 유진상가 앞 우체통을 열었다. 철거를 며칠 앞둔 우체통 안에는 우편물 2개와 지갑 하나, 카드 2개가 들어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는 곳이다 보니 누군가 버린 쓰레기들도 같이 들어 있다. 윤 집배원은 “요즘에는 편지를 부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주일에 많이 수거하면 한 통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집배원이 처음 입사한 2001년에만 해도 우편물 수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편배달보다는 택배배달 위주로 일하고 있다. 우편물이 줄면서 기존의 업무도 바뀐 것이다.

우체통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1993년이다. 전국에 설치된 우체통은 5만7599개였다. 우편물에 대한 전산 통계가 시작된 2004년도에는 우체통 이용물 수가 1억8225만통, 우체통 한 곳당 평균 이용물 수는 5433통이었다. 서서히 감소하던 우체통 이용물 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18년에는 우체통 이용물 수가 1789만통으로 2004년에 비해 90% 넘게 줄어들었고 우체통 한 곳당 평균 이용물 수는 1392건으로 감소했다. 우체통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4년 3만3544개에 이르던 우체통이 2018년에는 1만2855개로 줄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4~6월 우체통 정비를 한다. 이용 물량이 거의 없는 지역의 우체통은 철거 안내문을 붙인다. 1주일 이상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으면 우체통은 철거된다.

서대문구 한 지역에서만 지난 5월 70여개의 우체통 중에서 20여개가 사라졌다. ‘철거를 기다리며’ 딱지가 붙은 우체통은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또 다른 풍경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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