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90만명·22조원 소비` 미 관광 빗장거는 중국
중국, 미 유학 자국민에 경계령 내려

 

미국과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 이번엔 미국을 상대로 `여행주의보` 카드를 꺼내들며 대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이 `미국 유학 경계령`도 발효하면서 통상 마찰로 시작된 미·중 갈등은 사실상 외교·군사에 이어 문화 영역까지 전 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4일 중국 외교부와 문화여유부는 12월 31일까지 유효한 `미국행 안전 경고`를 발령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관광객들은 미국 여행에 따르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기 바란다"며 "최근 미국 당국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엄격한 출입국 심사와 강도 높은 입국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각종 방식으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에 입국하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의 단속과 방해를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며 이번 미국행 안전 경고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같은 시각 중국 문화여유부도 "최근 미국에서 총기 사고와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은 목적지 상황을 잘 파악해 안전 예방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 당국이 이번에 발동한 미국 여행 주의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미 보복 카드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9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 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2017년 317만명을 기록한 다음 지난해 다소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2018년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국을 찾은 중국인이 많았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이를 맞대응 카드로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2017년 미국에서 189억달러(약 22조원)를 소비했다.

한편 미국이 자국에서 유학 중인 36만명에 달하는 중국 학생들을 공세 표적으로 삼고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중국 당국은 `미국 유학 경계령`까지 내리면서 대비 태세를 갖추는 한편 "미국이 양국 교육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3일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 다음으로 삼은 표적은 중국 유학생"이라며 "최근 미국에서 중국인 유학생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연구 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타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은 36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 내 전체 유학생 중 33.2%에 달하는 수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뒤 미국 연구시설로 들어가 첨단 기술과 정보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동조하듯 지난달 16일 미국 에머리 대학은 중국인 교수 2명을 해고했다. 이들이 민감한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도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미국 유학 비자 발급에 평균 3~6주 정도 걸린 반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8~10주로 늘어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부터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과학 기술 분야에서 외국 인재 영입 기준을 강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블룸버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중국인 학자를 인용해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귀국을 고려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인 유학생을 타깃으로 삼자 중국 교육부는 3일 `미국 유학 경계령`을 발표하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전날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발표하면서 "미국 유학을 위한 비자 발급을 신청하기 전에 관련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미국 비자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비자 발급 거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0주년과 관련해서도 미·중은 공방을 펼쳤다. 지난 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탱크로 시위대를 진압한 중국을 비판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으로 희망했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다음날인 4일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정치 체제를 악랄하게 공격하고 우리 인권과 종교 상황을 헐뜯었다"며 "미국은 중국 내정에 심각하게 간섭하고 있으며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짓밟았다"고 맹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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