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구조사 때 시민권 질문 다시 강행…왜 집착하나
상무부가 포기한 지 하루만에 트럼프 "반드시 그 문항이 들어가야"

시민권없는 이민자들 인구조사 기피…성사되면 민주당 의석 축소 타격

10년마다 실시하는 미국의 인구조사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혼선을 빚고 있다.

2020년 인구조사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물으려던 미 행정부의 계획이 법원의 제동으로 수포가 되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강행하라고 다시 지시를 내리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 계정에서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을 넣으려는 시도를 중단했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 달리 표현하자면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그 문항이 들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는 것을 포기하고 해당 질문이 없는 인구조사 설문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고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강행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인구조사를 시행하는 인구조사국은 상무부 산하 조직이다.

미 헌법은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앞서 인구조사국은 내년 인구조사를 위한 설문지 인쇄 데드라인이 지난 월요일인 7월 1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스 상무장관이 전날 성명에서 "대법원을 존중하지만, 판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 초점은 완전하고 정확한 인구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시민권 여부를 묻는 문항이 없는 설문지를 인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던 인구조사 논란은 하루 만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뒤집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면 소수 인종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호하는 법을 더 잘 시행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려는 당파적 동기가 숨어있다고 맞서고 있다.

미 인구조사 결과는 50개 주의 연방하원 의석수(數) 배분과 선거구 획정에 반영된다. 즉, 내년 조사에 시민권 문항이 추가되면 향후 하원의 정치지형이 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시민권이 없는 라틴계 이민자들이 불법체류 단속 우려 탓에 인구조사 응답을 기피하게 되는데, 특히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통계상 인구가 실제보다 적게 잡힌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공공정책연구소는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여부를 질문하면 응답자 감소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연방하원 의석수가 지금보다 2석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선거전문매체인 '파이브서티에잇'(538)은 이처럼 '숨은 인구'가 많을수록 민주당의 정치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권 문항을 담은 인구조사에 집착하는 것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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