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의 상담이야기 11] 부부는 서로의 역할과 지위가 동등합니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부부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대표적인 부부갈등의 두 가지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하나는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를 물질 또는 위력으로 억압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남편과 아내가 사사건건 서로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제가 상담했던 부부는 바로 전자의 경우였습니다. 남편이 모든 경제권을 쥐고 아내를 좌지우지 하였습니다. 아내는 본인 명의의 통장도 소유하지 못했고 일일이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서 지출해야 했습니다. 아내는 매달 고정적인 생활비를 남편으로부터 받아서 그 돈으로 한달 살림을 꾸려 나갔습니다. 아내가 지출되는 사항들은 남편의 전화에 문자 메시지로 전달이 되어 남편은 아내의 지출 내력들을 알고 있었으며 사용해야 할 지출 금액의 한도가 초과하면 남편은 아내에게 사용 출처를 추궁하였습니다.

결혼 생활이 30년이 넘은 이 가정에서 아내의 소망이란 미처 출가하지 않은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후에 보란듯이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황혼이혼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상담자로서 이 부부를 상담하면서 본의 아니게 남편에 대하여 화가 난 적도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예속된 삶을 살아가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가련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인 힘으로 가정의 대소사를 휘두르는 남편의 폭력 아닌 폭력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남편과의 상담 말미에 “당신의 아내를 진실로 사랑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당연히 아내를 사랑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당신이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부분을 아내와 공유할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역시 남편의 대답은 거절이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은 선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상담은 별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예일 대학교의 정신의학과 교수였던 리즈(Theodore Lidz)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가족들의 병력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 가족의 부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가 발견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문제를 가진 부부일수록 부부가 서로의 역할을 공유하지 못하고 보완하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리츠는 이것을 부부균열(Marital Schism)이라 명명했습니다. 부부균열이란 부부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를 억누르면서 강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배우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부부간의 힘이 공유되지 못하고 균형이 깨어지면서 한 사람이 위력으로 다른 배우자를 지배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한 배우자가 가질 수 있는 권력이란 주로 경제적인 힘 또는 신체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균열이 계속해서 작용하는 부부는 서로가 절대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한쪽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의지하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지위를 선점하려 할 것이고 권력에 희생당하는 배우자는 계속해서 희생자의 입장에서 부부관계를 벗어날 방법만을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서로의 역할과 힘을 공유하며 동등한 관계를 갖도록 힘써야 합니다.

부부는 인생을 함께 나누면서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인생의 소중한 동행자이며 최고의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부부로 관계를 맺었다면 당연히 당신을 만나서 행복하다는 말은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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