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1주년] 초석은 놨으나 갈 길 먼 남북협력…'그래도 가야할 길'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교류협력 사업 구체화 
표준시 통일, 이산가족 상봉, 연락사무소 등 성과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남북사업 속도 내기 어려워

2018년 4월27일 한반도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분단 종식 의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확인한 4·27 판문점선언을 채택했다. 또한 해를 넘기기 전에 종전을 선언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추진 등을 약속했다. 또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일대 평화수역 조성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이 가져온 변화가 작진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5월5일 평양표준시를 30분 앞당겨 서울표준시에 맞췄다. 또 2015년 10월 이후 열리지 않았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9월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며 24시간 상시 연락체계를 구축했다.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조건 마련 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우선 정상화 ▲조건 마련 시 경제·관광공동특구 협의 ▲산림·보건의료 협력 강화 등 판문점선언을 구체화했다. 더불어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들은 북미 간 비핵화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은 그나마 해를 넘기지 않고 진행됐으나, 이 또한 상징적 행사에 그쳤다. 산림협력 차원의 북측 양묘장 현대화 사업, 보건의료 협력 차원의 타미플루 지원 등은 실행되지 못했다. 모두 대북제재의 물자 반출 관련 조항에 발목잡힌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남북 협력사업을 미국과 협의하며 진행하는 우리 정부에 사업 지연의 책임을 돌리는 상황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선전매체는 판문점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북남선언 리행에서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일에 신경 쓰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실천으로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나가려는 진지한 자세와 노력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 간 협력사업은 지난해 철도·도로 착공식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대북제재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각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다음에 북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시설 개·보수 공사 물자반출,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을 위한 장비 반출 등이 대북제재 면제를 받은 사업이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제재 면제를 받은 사업에 대한 후속 협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인원을 돌연 철수시키기도 했다. 철수 사태는 사흘 만에 일단락됐지만 우리 정부의 사업 방식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9주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속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어 남북 간 협력사업도 당분간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재완화 전제 조건에 대한 미국의 방침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미국 측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비핵화 목표 달성 전까지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원칙만 확인했다.

정부는 그동안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북제재 틀 속에서 판단하고 결정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조로 인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너무 좁혔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핵화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 협렵사업을 승인하는 창구가 됐다. 정부 또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시설점검 방문이 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자 지연시키고 있다.

그간 북미 비핵화 협상 구도 하에서 최소한의 움직임만 보여왔던 만큼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한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은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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